3.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인생과 우주의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추구해 왔다. 또한 영원히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갈망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것이다.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인류학의 연구에 의하면 원시인들에게도 인생의 궁극목적에 대한 탐구의 흔적이 나타나 있다고 한다. 원시인들도 그들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물음을 어떤 초월적 힘에 대한 외경(畏敬)에서 찾았으며, 마침내는 죽어야 할 운명에 놓여 있는 인간은 그 허무함과 무상을 극복하기 위해 영생 혹은 후세의 삶을 믿고 있었음이 그들의 장례예식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이 살았던 동굴에 묻힌 사람의 뼈가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은, 죽은 후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믿고 죽은 이를 위해 정성 들여 장례식을 거행한 증거이다. 또한 인간의 유해는 동물의 시체와는 달리 정성 들여 매장했으며 죽음의 여행길에 필요한 도구나 음식 혹은 동반자까지 함께 묻은 흔적도 그 증거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고 있던 동굴과 뼈가 묻혀 있는 무덤들에서 발견되는 조각과 그 밖의 예술작품들은 모두 그들의 종교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간은 시초부터 종교를 가지고 살았으며 현재에도 문명인이든, 미개인이든 모두 종교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과연 종교란 무엇인가? 인류의 역사와 문화, 인간의 지성과 종교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일까?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면 종교는 없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왜 종교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가?

종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종교적 존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현재 세상에는 서로 다른 종교들이 많이 있지만 모두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첫째,
모든 종교는 인생과 우주의 궁극적인 질문을 해결하려 하며, 각각의 종교가 제시하는 해답은 다를지라도 그 질문만은 같다.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선과 악은 무엇이며, 인간에게는 왜 희로애락이 엇갈려 있는가? 그 원인들은 무엇인가? 인간의 참된 행복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그리고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인간과 우주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신은 하나라는 유일신교를 믿는 민족과 여럿이라는 다신교를 믿는 민족이 있으며, 인격적인 신과 비인격적인 신을 믿는 종교, 또는 자연종교와 계시종교 등등 다양한 종교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우주 안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어떤 종교는 인간의 지상적인 일에만 초점을 두고 있으며 또 어떤 종교는 인간의 일생은 현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은 후에도 계속 생명이 있는 것으로 믿기도 한다. 어쨌든 수많은 종교가 있고 또 각자 자기 종교가 옳다고 믿고 있다.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옳지 않은지 식별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진정한 종교를 찾기 위한 문제점이다.

둘째,
종교는 인생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인간에게 확신을 가져다준다. 종교는 인생문제에 과학적인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나 인간의 삶에 무한한 의미를 부여한다. 어떠한 경우든 인생의 신비에 대한 해답들은 과학적인 탐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행동일 뿐이다. 만약 우리들이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그런 종류의 증명을 추구한다면 아마도 우리는 종교가 주는 해답에 실망할 것이다. 종교는 과학적 이해 이상의 차원이다.

 과학은 우주의 물질적, 화학적, 생물학적 문제를 다룸으로써 인간의 실생활을 향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과학으로는 인간의 자유나 인간의 존재 이유, 생명과 죽음 자체에 대한 신비를 해결할 수는 없다. 모든 사물의 존재의 신비는 믿음으로써만 해결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인간은 인간 이상의 초월적인 어떤 절대자와 대면하고 있음을 믿으며 바로 이 믿음 안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으나, 굳이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인간과 절대자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종교가 절대자와 나와의 삶의 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종교의 대상인 절대자 곧 종교의 교의(敎義)이며, 둘째는, 종교행위를 하는 인간, 따라서 인간이 지켜야 하는 종교윤리이며, 셋째는, 절대자와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종교행위 즉 종교의식(宗敎儀式)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믿음의 내용(신앙개조: 信仰個條)인 교의이며, 여기에서 종교윤리, 종교의식이 나온다. 각 종교는 이 교의에서 인생과 우주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나름대로의 해답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종교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우선 그 종교가 믿는 교리, 그 종교가 가르치고 있는 종교윤리(그리스도교의 계명), 그리고 그 종교의 의식(기도와 전례) 모두를 알아야 한다.

언제부터 종교현상에 '종교'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그 단어의 의미를 분석해 보면 우리에게 종교가 어떤 것인가를 더 의미 있게 알려준다. '종교'는 '宗'자와 '敎'자의 합성어이다. 宗자는 으뜸, 기둥, 근본 등이며, 敎자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의미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교육의 으뜸이라는 것이다.